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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장자연, 김학의, 그리고 버닝썬

2019-03-20(수) 09:53
[기자수첩]제갈대종 기자=서울 강남 클럽 ‘버닝썬’사건이 점입가경이다. 업주와 경찰의 유착관계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일부 연예인의 위법·탈법 행위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이들 한류스타와 주변에서 연일 터져 나오는 마약, 탈세, 성접대, 몰카, 골프도박 등의 뉴스는 한결같이 충격적이다. 여기에 경찰 등 힘센 권력기관과의 유착 의혹까지 갈수록 짙어지다 보니 사건이 ‘게이트’ 수준으로 확대됐다.

이 뿐만이 아니다. 대검찰청 진상조사단의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별장 성접대 의혹과 고(故) 장자연 자살로 촉발된 사회 지도층의 부패·비리에 대한 재조사도 핵심 증인에 대한 조사는 시도조차 못하고 조만간 조사기한이 만료되면서 진상규명은 커녕 면죄부만 쥐어줄 판국이다.

국민적 비난과 요구가 거셌기 때문일까. 결국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버닝썬과 경찰의 유착 의혹을 비롯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별장 성접대 의혹’ 및 고(故) 장자연씨 사건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지시했다고 한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박상기 법무·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으로부터 세 사건과 관련해 보고를 받고 “법무부 장관과 행안부 장관이 함께 책임지고 사건의 실체와 제기되는 여러 의혹을 낱낱이 규명해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는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의 전언이다. 김 대변인의 브리핑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공소시효가 끝난 일은 그대로 사실 여부를 가리고, 공소시효가 남은 범죄 행위가 있다면 반드시 엄정한 사법처리를 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이에 따라 경찰은 현재 수사 중인 버닝썬 유착 의혹 사건의 수사팀을 대폭 강화하는 등 전방위적인 수사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김학의·장자연 사건을 다루고 있는 대검찰청 진상조사단도 이달로 종료되는 활동기한을 연장해 원점에서 대대적인 수사에 들어갈 가능성이 제기된다.

문 대통령은 특히 이들 사건에 검·경이 유착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과 관련 “진실을 밝히고, 스스로 치부를 드러내고 신뢰받는 사정기관으로 거듭나는 일은 검찰과 경찰의 현 지도부가 조직의 명운을 걸고 책임져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사실 이번 사건들의 특징을 보면 국민이 보기에 대단히 강한 의혹이 있는데도 오랜 세월 진실이 밝혀지지 않았거나 심지어 은폐된 것들이다. 특히 사회 특권층에서 일어난 일이고, 검·경 등 수사기관이 고의로 부실하게 조사했으며, 나아가 적극적으로 진실 규명을 가로막고 비호·은폐한 정황들이 드러났다.

이 때문에 국민 대다수는 진실 규명을 바라며, 과거 수사과정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고, 그 이유는 무엇인가’에 대해 강한 의혹과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언론과 검찰, 경찰, 고위공직자 등 이른바 사회 특권층에서 일어난 이들 사건의 진실을 규명해 내지 못하면 우리는 정의로운 사회를 말할 수 없다. 사건의 실체적 진실과 함께 검찰·경찰·국세청 등의 고의적 부실수사와 조직적 비호, 은폐, 특혜 의혹은 반드시 가려내야 한다.

도대체 우리는 언제까지 ‘힘’ 있고 ‘빽’ 있는 사람들에겐 온갖 불법과 악행에도 진실을 숨겨 면죄부를 주고, 힘없는 국민은 억울한 피해자가 돼도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두려움에 떨어야 하는가.

검찰·경찰은 이제라도 권력형 사건 앞에서 무력했던 과거에 대해 깊이 반성하고, 지금까지 저질렀던 고의적 부실·비호·은폐 수사 의혹에 대해선 주머니 속을 뒤집어 보이듯이 명명백백하게 밝혀 내야 한다. 그래야 사정기관으로서 공정성과 공신력을 회복할 수 있다. 또한 이를 바로잡지 못하면 결코 정의로운 사회라고 말할 수 없다.

버닝썬 사건의 경우 연예인 등 일부 새로운 특권층의 마약류 사용과 성폭력 등이 포함된 불법적 영업과 범죄 행위에 대해 관할 경찰과 국세청 등 일부 권력기관이 유착해 묵인·방조·특혜를 줬다는 의혹이 짙은 사건이다. 이러한 의혹들이 사실이라면 큰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이들의 범죄 행위 시기는 과거 정부 때의 일이지만, 동일한 행태가 지금 정부까지 이어졌을 개연성이 없지 않다. 성역을 가리지 않는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 나아가 유사한 불법 영업과 범죄 행위, 권력기관의 유착행위가 다른 업소에서도 있을 수 있으므로 그 부분에 대한 수사도 필요하다.

현제 세 사건은 각각 다른 트랙에 놓여 있다. 버닝썬은 경찰이 수사중이며, 장자연 사건과 김학의 사건은 과거사진상조사위가 이달말까지 조사해 결과를 발표하면 그때부터 검찰이 어떻게 처리할지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10년이 지난 장자연 사건은 일각에서 공소시효가 끝났다는 지적이 있으나, 진실만이라도 확인해야 한다. 검찰권 오남용 의혹을 받고 있는 사건을 그대로 덮고 가면 검찰 개혁 작업은 사상누각이 될 수 밖에 없다. 대통령의 말처럼 검찰과 경찰은 소속 기관의 명운을 걸고 한 점 의혹이라도 철저히 파헤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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