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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2년’ 달라진 게 없다

2019-03-20(수) 09:49
[기자수첩]제갈대종 기자=세상은 참 아이러니하다. 2017년 3월 10일 헌법재판소가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하고 2년이 지났으나 우리 정치는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 자유한국당은 탄핵 전으로 되돌아갔고, 국민의 촛불혁명으로 태생한 문재인 정부는 국민보다 내사람 챙기기에 몰두했다.

파면 2년째를 맞은 지난 10일 서울 도심에서는 탄핵 무효와 박 전 대통령 석방을 주장하는 극우단체의 집회가 이어졌다. 이른바 ‘박근혜 대통령 무죄 석방 1천만 국민운동본부’는 이날 오후 1시 30분께 서울역 광장에서 집회를 열었다. 시위 참가자들은 ‘탄핵 무효’라고 적힌 근조 리본을 가슴에 달고 “탄핵 무효”, “즉각 석방” 등의 구호를 외쳤다.

집회에 참석한 대한애국당 조원진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은 거짓탄핵, 불법탄핵, 사기탄핵”이라며 “거짓과 선동, 음모로 날조된 사기탄핵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자유한국당 홍문종 의원은 ‘애국시민들에게 감사하다’는 박 전 대통령의 옥중발언을 전하며 “여러분과 함께 박근혜 대통령의 명예회복을 위해 전진하겠다”고 말했다.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은 “헌법재판소는 문재인에게 권력을 물어 갖다 바친 사냥개다. 문재인 대통령은 댓글 공작으로 박 대통령의 권력을 찬탈한 가짜 대통령이다”고 외쳤다.

이들은 서울역 앞 광장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에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을 맡았던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의 얼굴을 띄어놓고, 재판관을 한 명씩 호명하며 ‘탄핵 8적’이라는 이름을 붙이기도 했다.

백주대낮에 특정인의 사진까지 띄워놓고 ‘탄핵 8적’이라 부르짖는 저들이야말로 ○○○가 아니고 무엇인가. 흡사 나치와 파시즘을 떠올리게 한다. 멀리 다른 나라로 갈 필요도 없다. 불과 40여년 전 대한민국에서도 ‘유신’과 ‘긴급조치’라는 미명 아래 국민을 짐승 때려 잡듯 핍박한 박정희 독재정권이 있었다. 지금 교도소에 복역중인 박근혜의 아버지가 박정희다.

헌법재판소가 2년 전 탄핵소추 인용 결정을 내린 것은 박 전 대통령이 비선 실세 최순실과 결탁해 권력을 사유화함으로써 헌법 수호의 책임을 방기하고, 국기를 어지럽게 했으며, 국민 신뢰를 저버렸기 때문이다.

대통령 박근혜를 탄핵한 이후 2년이 흐른 지금 우리는 사상 초유의 역사적 사건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촛불민심을 잊지 않았는지. 국정농단 재발을 막기 위한 개혁 조치는 이뤄졌는지. 다시는 국민이 위임한 권력을 함부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는지.

현직 대통령에 대한 탄핵은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적 가치를 바로세우는 계기였다. 하지만 탄핵 이후 2년동안 정치권과 정부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탄핵 주역 세력은 여전히 개혁의 발목을 틀어쥔 채 흔들고 있으며, 정부 역시 개혁과 민생문제 해결에 성과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대통령 탄핵을 겪으면서 깨끗하고 정의로운 나라가 되길 바란 국민들에게 문재인 정부는 많은 실망만 안겨주고 있다.

박근혜 정부 시절 여당인 자유한국당은 최근 들어 탄핵을 부정하는 발언을 심심찮게 내뱉고 있다. 제1야당의 탄핵 부정과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 등의 발언은 미래를 향해 나아가야 할 시점에 많은 충력과 우려를 낳고 있다. 국정농단의 어두운 역사를 국민과 함께 딛고 일어서서 박근혜 정부가 저지른 문제점들을 하나하나 해결해나가는 국회의 모습을 기대하기에는 우리 정치권이 너무 엇나가고 있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 입에서 나온 박근혜 사면은 촛불혁명에 대한 불복이자 거부이며 ‘도로 친박당 선언’이다. 국민을 조금이라도 생각한다면 자유한국당 지도부는 국정농단 부역과 방조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고 대한민국을 바로세우는데 일조는 못할망정 방해하지 말아야 한다.

박 전 대통령 보석이나 사면은 현행법상 불가능하다. 보석은 형이 확정되기 전에 할 수 있는 피고인 석방 제도다. 박 전 대통령은 옛 새누리당 공천 과정에 불법 개입한 혐의로 징역 2년을 이미 확정받았기 때문에 재판 절차상 보석을 하고 말고를 검토할 단계가 아니다. 또 사면은 형이 확정된 뒤에만 가능한데 박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및 국정원특활비 수수 사건 재판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석방도 사면도 현재로서는 불가능하다. 이런 사정을 모르지 않는 정치권의 박 전 대통령 사면과 석방 주장은 지지층 결집을 위한 정치적 수사일 뿐이다.

정부 여당도 마찬가지다. 개혁을 하려면 과감한 도전과 실천이 필요하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그것을 보여주지 못했다. 정권이 바뀌면 달라질 것으로 믿었지만 달라지기는 커녕 오히려 독선과 아집만 난무하고 있다. 촛불혁명 2년이 지난 지금 희망은 실망으로, 실망은 절망으로 변하고 있다. 이대로 가면 더불어민주당은 내년 총선 승리를 기대할 수 없으며, 결국 재집권에 실패하고 제2의 폐족으로 전락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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