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한 법, 그리고 평화의 길

소림선종 달마선원 용현 선원장

2026-07-12(일) 10:15
[기고] 우리 사회는 법의 공정성을 신뢰할 수 있어야 한다. 개인, 단체, 종교도 법 앞에서 예외가 없어야 하며, 법은 누구에게나 합리적이고 균형 있게 적용돼야 한다. 진실은 진실로 밝히고 법은 법의 절차에 맡기며, 사람은 사람으로 존중하는 자세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최근 100세를 앞둔 한 종교 지도자의 구속 소식은 많은 이의 마음을 무겁게 하고 있다. 수십 년간 평화와 화합을 위해 활동해 온 한 노인이 100세를 앞둔 나이에 수의복을 입게 된 현실에 안타까움을 느끼는 국민도 적지 않다.

물론 법원의 판단은 존중돼야 한다. 법 앞에 누구도 예외일 수 없으며, 법적 책임이 있다면 법에 따라 판단 받아야 한다. 그러나 이번 사안을 바라보며 많은 사람이 의문을 갖는 것도 사실이다.

100세를 앞둔 초고령자에게 과연 구속이라는 강한 조치가 불가피했는가 하는 점이다. 일정한 거주지와 사회적 기반이 있고, 지금까지 수사 절차에 성실히 임해 왔다고 알려진 상황에서 구속의 필요성에 대해 궁금해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또한 이미 상당한 수사가 진행된 상황에서 증거인멸의 가능성이 얼마나 현실적이었는지에 대해서도 질문이 이어지고 있다.

물론 법원은 법률과 증거를 종합해 판단했을 것이다. 따라서 그 결정을 함부로 부정할 수는 없다. 다만 법적 판단과 별개로 인도주의적 관점에서 아쉬움을 표하는 것 또한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우리는 특정인을 위한 특혜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초고령자에 대한 사법절차가 보다 인도적이고 균형 있게 운영되기를 바라는 것이다.

법은 정의를 세우기 위해 존재한다. 그러나 법의 목적은 처벌만이 아니라 인간의 존엄을 지키는 데에도 있다. 특히 100세를 앞둔 초고령자에 대해서는 법적 판단과 별개로 건강 상태와 인권에 대한 고려가 함께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우리 사회는 스스로에게 질문해야 한다. 우리는 과연 초고령자에 대한 형사절차에서 인간적 배려를 충분히 하고 있는가. 법의 엄정함과 인간의 존엄은 함께 갈 수 없는 것인가. 이 질문은 특정 개인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오늘은 한 사람의 이야기일 수 있지만, 내일은 우리 부모님의 이야기일 수도 있고 언젠가는 우리 자신의 이야기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어떤 상황에서도 평화를 잃지 않는 일이다. 억울한 일을 당했다고 해서 미움으로 대응하고, 비난을 받았다고 해서 분노로 맞서는 것은 평화를 이루는 길이 아니다. 부처님께서는 “원한은 원한으로 풀리지 않고 자비로 풀린다”고 가르쳤다. 미움은 또 다른 미움을 낳지만, 자비는 갈등을 넘어 화합의 길을 열어 준다.

법은 사람을 위해 존재한다. 정의는 엄정해야 하지만 차가워서는 안 된다. 법의 권위는 강한 처벌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존엄을 끝까지 지켜내는 데서 비롯된다. 우리는 억울함 속에서도 평화를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은 약함이 아니라 가장 큰 용기이며, 분노보다 어려운 길이다.

진실은 결국 밝혀질 것이고 역사는 각자의 행적을 기록할 것이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우리가 미움 대신 평화를, 증오 대신 이해를, 대립 대신 존중을 선택할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우리 사회가 한 단계 더 성숙해지는 길일 것이다. 억울함마저 평화로 이겨내는 것, 그것이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용기이며 지혜이다.
이 기사는 미디어전남 홈페이지(http://www.mediajn.net)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

문의 메일 : dj2891@hanmail.net